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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이제는 익숙한 :: 2012/03/10 16:22
기다림.
호주에서 이방인으로 생활하기 위해 빨리 익숙해져야 할 부분중의 하나는, 바로 기다림이다. 기반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일이든 집이든 친구든, 하여간 뭐든지 만들어 가기 위해선 기다리는게 필수다. 혼자 동동대며 발 굴러봐도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그저, 허허, 뭐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뭔가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저 여유롭게 기다릴 줄 알면 된다.
오자마자 잡았던 일자리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생겨 열흘만에 관뒀다. 쉐어하우스에 살지 않는 나는 주로 일터에서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이번 일자리는 사람 사귈만한 곳도, 심신이 편할만 한 곳도 아니였다. 그런저런 조건들을 따져가며 일 하는 건 사치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제 그럴 조급함이 가셔서 언제고 마땅한 것을 기다릴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모아둔 돈도 적잖고, 이번 일로 천불 모았으면 됐다. 야금야금 쓰면서 다음 일 기다리면 된다. 하고 싶지 않은 상황 어거지로 건뎌내는 건 이미 할 만큼 했다.
참 신기한게, 남자친구와 미래를 약속하고 나서부터 목표가 분명해져서 한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도 기다림이 덜 지루해졌다. 우리에겐 장단기 계획이 있으니까. 오는 9월까지, 9월부터 내년 여름까지, 내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그 후부터 2년간, 그리고 그 후.. 할 일이 정해져 있으니까, 괜히 뭘 더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뭘 빠트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맘에 조급해 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그냥 묵묵하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나는 중.
일단은 다음일 구하는 게 관건. 지원할 만한 곳이 마땅찮은데, 지원서 일단 넣어두면 한 달 안에는 괜찮은 자리 내 준다는 에이전시 정보를 입수(?)해서 월요일에 에이전시 다녀갈 예정. 뭐 한 달 안엔 뭐가 되어도 될 테니 그 사이사이엔 놀아도 되고, 단기 캐시잡 알바라도 뭐 못 하겠어. 다음 달이면 우리 애기랑 한 달 동안 알콩달콩 놀러다닐 것이고. 서너달만 더 나면, 우리는 우리만의 꿈을 향해 출발.. :)
부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일이 나타나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큰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