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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생활의 발견 :: 2012/01/11 19:26

1. 첨에 호주 와서 나름 '호주 사투리'라고 배운 여러가지 표현들이 있었는데, 그 중 Ta(Thanks를 한 번 더 줄인말)랑 Cheers('수고해'정도? 가게에서 물건사고 거스름돈 받으면서 쓸 수도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나 친구랑 서로 격려하는 차원에서 쓸 수도 있고 등등)도 포함돼 있었다. 여기 생활 적응하면서 그런가보다 하고 용례(?)를 익혀가고 있었는데, 얼마 전 심심해서 SKINS 복습하다 깜놀. 뭐야 영국것들도 호주애들이랑 똑같이 사용하고 있잖아. 물론 정말 오지오지오~지 사투리도 있긴 하지만, 이런 가벼운(?) 표현들은 거의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보다. 흠.

1-1. SKINS 이야기 나온 김에 하나 더. 호주 오기 전에 보고 온 드라마라 본 지 어언 1년 정도 된 거였는데, 새삼 다시보니 좋더라. 스토리며 캐릭터도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무엇보다, 얘네의 일상이 그냥 익숙하게 들어와서 좋았다. 여기 애들 사는 거랑 그냥 똑같다. 쓰는 표현들도 똑같고. 첨에 이거 보고 딴 드라마 보면서 상대적으로 여긴 욕이랑 단순한 표현들만 너무 많이 나와서(주인공들이 고딩들이다보니) 학습자료-.-로 부적격이라고 생각했었는대, 지금보니 여기 애들 살면서 쓰는 딱 그 정도의 표현인거다. 글쎄, 모르겠다. 내가 공장에서만 일하다보니 고등학교 마치고 육가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애들이랑 주로 어울려서 그런 걸 수도 있겠고(meat worker들이 대체로 거칠고 입이 험하다고, J도 그러더라. 나도 절실히 느꼈거니와). 하지만 외국인노동자인 내가 딱히 '화이트 칼라'가 되어 오피스에서 고급어휘 구사해가며 일 하게 될 일은 없을테니 -.-;; 어제 서핑하다 우연히 리조트 식음료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워홀러 블로그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 친구는 polite 표현 익히는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 그게 우리 육가공업계의 거친 언어-_-보담야 알아두면 좋을 법 싶기도. 그런거 보면서 나도 자격증 따서 서비스업 쪽으로 들어가볼까 그런 생각도 문득 했는데. 사람 상대하는게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 잘 아는 터라 또 걍 공장에 짱박히는 게 -.- 젤 이지 싶기도. 흠. 다음 일은 어느 쪽으로 구해본담.

2. 오늘 J랑 같이 쇼핑하다 파이 사 먹으면서 문득 생각 나 J에게 질문. "왜 호주애들은 파이에 콩을 추가해서 먹어?". 그니까 여기 길거리 간식 비스무리하게 빵집이나 노점 등에서 자주 식사 대용 겸 해서 사 먹는게 파이인데(미트파이. 이 또한 영국식), 얘네들은 엑스트라 토핑이라고 해서 뜨거운 콩 소스(팥죽같은 느낌의 푹 삶아 으깨서 소스넣어 걸쭉하게 끓인 뭐 그런거)를 추가해 먹곤 하는 거다. R은 항상 파이 살 때 뚜껑 따고 콩 토핑이랑 바베큐 소스 토핑을 꼭꼭 추가해서 먹어댔다. 오늘 J는 엑스트라 토핑은 아니였지만 미트+콩 파이를 사 먹었고. 그랬더니 J 막 웃으면서 한 마디 한다. "아 우린 그냥 이래야 돼. 콩 없으면 안 돼. 퀸즐랜더는 무조건 콩 추가해서 먹어". 헉. 난 이게 호주식인줄 알았는데 이건 또 퀸즐랜드 스타일이랜다. 다른 주에선 콩 추가 옵션이 없다고. 아항, 부산에서 순대 먹을 때 막장에 찍어먹는 거랑 같은 건가? 흣.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뭔가 재밌어서 혼자 빙긋 웃었다.

3. 여기 여자들이랑 친해질 때 유용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요리고, 최근에 깨달은 두번째는 바로 쇼핑.

3-1. 요리는 정말이지 만국 공통으로 남녀불문하고 서로 각국의 문화를 익히고 나눈다는 점에서 공통의 대화소재가 되기에 아주 적합하다. 같은 식재료도 문화권에 따라 다른 조리법으로 먹는데, 상대가 좋아하는 요리의 아시아식 조리법을 알려주면 정말 좋아한다. 식재료로 서양스럽게 먹고 있는 거 바로 잡아주면 좋아하기도. 예를 들어 얘들은 상추로 샐러드(...)를 해 먹는데, 돼지수육 삶아다 보쌈 해 먹는거 알려줬더니 기절하더라. 우리 Steph은 불고기랑 만두를 좋아하는데, 불고기의 경우 당면사리 토핑해 먹는 걸 알려줬고 만두는 보통 튀겨먹길래 한 번은 찜통에 삶아줬더니 엄청 좋아했다. J한테는 한 번 잡채를 해 줬더니 정말 좋아하면서 레시피를 알려달라길래 조만간 한 번 보여주기로. 대신에 나는 이들에게 모두 서양식 요리법을 배웠다. 오늘 점심땐 난 J에게 김밥을 해 줬고, J는 내게 T본 스테이랑 크림치즈포테이토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엄청 쉽더라!!!!!!! 얘네 요리는 정말 아시아식에 비하면 투박하리만치 쉽다. 그냥 대충 슥슥 재료 손질해서 '오븐에 넣기만 하면 땡'인게 엄청 많다)

3-2. 그리고 쇼핑. 서로 아이템 칭찬하면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나중에 거기 가서 사 오고선 내꺼랑 비교하면서도 얘기하고, 가끔은 같이 가서 사기도 하고, 취향이 비슷하면 서로꺼 사서 선물해주면서 서로의 심미안을 칭찬해주고, 싸게 잘 샀으면 싸게 잘 샀네 이 패턴 나도 좋아하는데 비슷한 취향으로 이 브랜드 있으니 가 봐라 등등등. J는 패셔너블한 편은 아닌데, 딸들이 취향이 고급이라(ㅋㅋ) 가끔 50대 취향의 물건을 딸들한테 덥석덥석 안겨서 딸들의 원성을 사곤 한다(딱 우리 엄마 같다. 나이대도 그렇고, 울 엄마도 가끔 언니랑 나 주려고 나름 고르고 골라 선물 해 주는데 보면 우리취향과 백만광년..; 좋다고도 싫다고도 못하는거다;;). 그래서 요즘엔쇼핑이라면 환장하는 미스(...)인 나를 데려가서 여러번 체크하고 고르는데, 오늘은 손녀 드레스 고르면서 내가 딱 지목한 걸로 샀다. 히히. 그러면서 하는 말이 딸이 또 뭐라하면 나한테 책임을 물을거라며..(...) Steph은 디자이너 출신이기도 하거니와 워낙에 패셔너블해서 소품부터 의상까지 정말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취향이 남다르다. 그래서 가끔 그 안목에 맞춰 어울리겠다 싶은거 사다주면 정말 좋아한다. 이번 박싱데이 땐 내가 사 온 블라우스 패턴(영국 스타일의 따뜻한 느낌의 꽃무늬였다) 얘기하다가 둘 다 Cath kidson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돼서 그 담부터 나름 취향 공유가 더 쉬워졌다.

4. 마지막으로. 연애는 많이 해 봐야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정말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느껴지는 타이밍이라면, 당연히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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