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 홍콩마카오 2 - 안 되려면 뭔들 따라 주겠니 :: 2009/06/28 03:53
0904 홍콩마카오 1 - 병짓의 시작 (부제: 비행기를 놓쳤을 때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하여)
삐비비빅. 열혈 여행객의 동반품-_- 알람이 힘차게 우는 소리를 들으며 홍콩에서 맞는 아침. 아아. 비록 '구룡'이 아닌 '티파니'에 해당하는 가사지만 '우윳빛 커튼 나풀거릴 때 잠이 든 그대 뺨에 키스를'을 연상케하는 로맨틱한 아침이겠지. 눈 부신 햇살 너머 창 밖엔 새들이 지저귀고 있을거야. 번쩍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 거려보니.. 창 너머 보이는 것은 그저 뿌연 안개 뿐이였다. 아니, 자세히 보니 무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악 악 날씨 왜 이래!! 여기 열대우림 아니잖아!! 무려 첨단이 넘치는 세련미-_-의 나라 홍콩 아니냐고!
나의 소리없는 아우성-_-이 느껴졌는지 S님도 부스스 일어났다. S님 창 밖좀 보세요. 헉 저거 설마 안개인가요? 네 무려 비도 내리네요 허허. 망연자실한 우리는 침대위에 앉아 멍하니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록 하늘이 개이기는 커녕 더욱 칙칙해지자 트렁크 가득 들어있던 '동남아용 헐벗기위한 옷'들을 끄집어내 패대기-_-쳤다. 대신 한국에서도 이제 그만 옷장에 넣어둘까 말까 고민중이였던 가디건과 자켓을 꺼내 주섬주섬 꿰어입고 우산을 받쳐든 채 문 밖을 나섰다.
저렴한 대신 조식이 없었던 우리의 호텔을 벗어나 구룡반도의 'main street'인 nathan road를 따라 죽 걷다 도착한 곳은 델리 프랑스. 홍콩 전역뿐 아니라 싱가폴, 대만 등 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는 이 빵집이 이 날 우리의 아침식사를 책임져 줄 곳으로 낙점됐다.
베이커리 체인 델리프랑스의 조식세트.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다.
딱히 정말정말 맛있어서 평생 기억될-_- 정도는 아니였지만 나름 저렴한 가격에 알찬 조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능.
주린 배를 채우며 오늘의 목적지를 점검했다. 사실 고백컨대, 우리의 스케쥴의 8할은 네이버 포에버홍콩카페에서 짜준 대로였다. 마침 어떤 이가 우리가 가고 싶어 했던 곳들을 중심으로 3박4일 풀 일정을 아주아주 촘촘하게 짜서 올려놓은 게 있길래 그대로 다운받아 프린트 해 온거다?; 무어 그르니까 나도 사전지식습득은 열씨미 했지만 각 구역별 버스노선이라든지 조식 먹을만한 식당들을 3일간에 걸쳐 어떻게 배치한다든지 등은 하나도 안 해서-_-;; 누군가 숟가락 젓가락까지 완벽하게 잘 차려준 밥상을 나는 인쇄 해 왔을 뿐이고~ 엣헴.. 뭐 하여간. 그 '어떤 이'님 께서는 둘째날 페리를 타고 홍콩 본섬으로 가서 놀라고 지시-.-해 주셨다. 버스타고 외곽 비치에 가서 산책도 좀 해 주고 마켓가서 구경도 해 주다가 다시 중심가로 돌아와 맛난거 먹으면서 흥청망청;하는 코스. 그래 조쿠나. 그럼 이제 우리의 일차 목표는 페리터미널이닷!
본격 홍콩 여행기 스타트!
직딩 2년차, 이러고 산다 :: 2009/06/24 22:23
1.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보니 엄마가 김밥 말 준비를 하고 계셨다. 김밥이라면 껌뻑 죽는(이라고 쓰고 맛난 것에라면 뭐에든 죽는 이라고 읽어도 무방..-_-) 별리는 바로 식탁머리에 앉아 열심히 말로-_- 함께 김밥싸기에 몰두했고 대단원에-_- 공정-_-이 마무리 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본 뒤 락엔락 두 통 가득 김밥과 유부초밥을 담아들고 신나게 회사로 달려왔는데.. 사무실에 들어와 도시락통을 기분좋게 내려놓고 컴퓨터를 켜려고 보니.........
끼약 컴터를 집에 두고 왔다!!! >.<
그러니까 울 회사에선 AE라는 직업의 특성상 컴터를 들고 다닐 일이 많아 노트북을 데스크탑 겸용으로 쓰는 데, 엊그제 외부 교육이 있어 들고 나갔다가 곧장 퇴근하면서 집으로 들고 들어 갔던 걸 아침에 김밥에 정신이 팔려 두고 온거다. 으하하;ㅁ; 컴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는거돠? 닥치고 집에 전화해 엄마한테 퀵으로 부쳐;달라 하니 엄마도 대뜸 말씀하신다. '너 컴퓨터는 두고가고 도시락은 그렇게 신나게 싸간거냐?' 으하하 엄마 죄송. 덕분에 회사에서 완전 놀림 제대로 당했다. '과장님 저 뭐하고 있음 될까요?' '..그냥 도시락이나 까 먹고 있으렴-_-' 킁;
2. 역시나 직업의 특성상; 업무를 함에 있어 나는 거의 '을'일 수 밖에 없는데, 올 초 딱 한 번 '갑'이 돼봤더랬다. 나의 처음이자 아직까진 마지막인 기념비적;; '을'은 바로 회사 기념품 제작 업체. 그 중에서도 나를 담당해 주신 분은 그 회사의 과장인 30대 중반의 남자분이였다. 덕분(?)에 첨으로-_- 간지러운 인사도 받아보고 챙김;도 당해봤는데..
며칠 전 그 분께 뜬금없이 메일 한 통이 왔다. '행운 가득한 하루 되세요 - 좋은 글 보내드립니다'. 아 또 챙김-_-메일이구나. 열어보니 수신인이 스무명 쯤 된다. 스무명의 옛 고객을 잊지 않고 챙김-_-메일을 보내는 당신은 진정한 비즈니스맨! 이라고 생각하며 메일을 열어보니 좋은 글 모음이라는 PT파일이 있네. 비록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나나 어쨌든 챙겨주시니-_- 살짝 고마워하며 열어봤는데........
과장님의 선물
안철수 교수. 그리고 철학 :: 2009/06/24 01:34
이따금 자기 전 일명 '분노의 훌라후프'를 한다. 작년에 산 무섭게 생긴(돌기가 달려서;;) 훌라후프가 방 한 구석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데 매일 밤 자기 전 몸무게를 체크해보고 '헉 이럴수가'가 되면 집어서 미친듯이 돌리는거다. 돌릴 때 컴터 모니터에 재밌는 영상 하나쯤 틀어놔주는 센스. 그런거라도 봐 주면서 정신을 놓고 해야 그래도 쫌 하게되니.. 쩝. 엊그제 술 고거 쫌 먹었다고(하지만 안주가 치킨 오뎅이였으니 할 말 없음.. 끙) 몸무게가 1kg 늘어버린거다. 또 헉 하면서 훌라후프를 들었다. 돌리기 전 오늘은 무슨 영상을 틀어놀까 하다 문득 며칠 전에 방송된 무릎팍 도사 안철수 편이 그렇게 좋았다던 주위평이 생각나 급구에 성공. 그리하여 보는데..
아아. 사실 내가 안철수 교수님에 대해 아는 사실은 그냥 매스컴을 통해 보여진 지극히 객관적이고 평범한 정보들 뿐이였다. 의사에서 보안전문가로 직업을 바꾼, 선한 인상과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갖고 계신 분이라는 정도였을까. 가끔 그 분이 쓰셨다는 글도 언뜻언뜻 보긴 했지만 세상에 '좋은 글'이야 많으니까. 그냥 많고 많은 '좋은 글'중에 하나를 쓴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안철수 교수님은 자기삶의 주도권을 분명하게 쥐고 있기에, 수도승처럼 억누르고 사는 게 아니라 그냥 갖고 계신 세계관 자체가 선함으로 가득차 있어서 그걸 그대로 실천하며 사실 뿐이라는 진실이 영상을 보는 내내 전해져오더라. 이타적으로 살아야한다고 자기 자신에게 주입하는게 아니라 그냥 온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그것이 바로 이타적 유전자겠구나 싶은. 그렇기에 그가 선택한 모든 것들은 당연히 이타적이고 이로운 선택이였으며 후회도 없고 미련도 있을 수 없었겠구나하며 머리가 끄덕여졌다. 아아, 어쩜 그래. 어쩜 그러셔요.
'구성원 모두가 같은 영혼을 가진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는 말씀이, '내가 조금 먼저 알았으니 혹시나 사회에 환원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말씀이 어떤 의민지 희미하게 알 것도 같아서 눈물이 왈칵 났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하나의 철학이 관통하지 않으면 절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관된 삶을 살고 계신 안철수 교수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존경한다'는 말을 주저없이 하고 있는 것이구나..
그 분의 인생을 흉내낼 순 없겠지만, 진정 나만의 철학을 찾아 체득하고 그것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가장 나를 나답게 살도록 해 주는 세계관은 무엇일까. 결국은 삶 전체가 그 것을 찾아 헤메고 완성해 나가는 하나의 커다란 모험이겠지만. 고민의 끈을 놓고 누군가 쥐어준 것만을 내 것인양 착각하며 삶을 갉아먹으려는 타협을 하지 않게 되길. 그리고 그 답으로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끄럽지 않게 응답할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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